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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방망이 없이는 못사는 부인과 남편

by 이제시작 2022.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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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어느 고을에 한 부부가 살았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하는 일이 영 신통치 못하여, 마누라에게 두들겨 맞고 얻어 터지기를 밥먹듯 하였지요.

 

그도 그럴 것이, 마누라가 무슨 일을 시키면 일 저지르기가 일수 인지라

일을 시키고도 불안하니, 마음편히 시킬 수 나있나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 두니, 하는 일 없이 맨날, 빈둥거리다 낮잠만 자거나, 비실비실 돌아다니니

마무라는 복장이 터질 노릇이었지요.

 

참 움직이면 사고지고 내버려 두면 복장이 터지니 마누라의 심정도 이해도 갑니다.

 

에휴 저 인간을 죽일 수도 없고 살릴 수도 없고 어떤 년은 서방 잘 만나 두 다리 쭉 펴고 자는데

이 못난 년은 서방 때문에 두 다리는 커녕 손가락 발가락 다 오그라들게 생겼으니

 

이놈의 팔자는 왜 이리 센지......

 

마누라가 하루는 밭일을하고 돌아와 보니 남편이 방에 누워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고

자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얼마나 야속했는지, 순각 화가 머리끝까지 치받쳐 올라오는 걸 참고, 남편을 개우며 마누라가 말했지요.

 

해가 중천 인대 지금 잠이 오시오?

날도 추워지는데 산에 가서 나무라도 좀 해 다 샇아 놓으시오.

 

몸도 으실으실한것이 좀 그런데 오늘 말고 내일 하면 안 되겠소?

남편의 말을 들은 마누라는 얼마나 화가 났는지.....

 

더이상 참치 못하고 부지깽이를 부여잡고는 남편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아이고 인간아!!!!

 

오늘 아주 사생결단을 내자!!!

아니요 왜 이러시는가?

난 멀쩡하오. 지금 바로 가려고 했소.

 

부지깽이를 부여잡은 마누라를 보자

남편은 벌떡 일어나 슬금슬금 밖으로 기어 나왔습니다.

 

하는 수 있나요. 부지깽이에 흠씬 두들겨 맞아 황천길 가는 것보다, 이승이 낫지 않겠습니까?

남편은 간신히 도끼를 매고 소를 몰아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어슬렁어슬렁 산에 올라 보니 큼직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지요.

아래위로 훑어보니 나무가 곧고 탐스럽게 생긴 것이 이거다 싶습니다.

 

에이, 멀리 갈 것 없이 이놈을 베어 가면 되겠네. 이놈 하나 소등에 올리면 한 짐은 되겠구나

남편은 메고 온 도끼로 나무를 쿵쿵 찍어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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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얼마쯤 베어졌을 때 남편은 웬 꾀가 생각났는지 빙긋 웃는게 참 불안하기만 합니다.

 

옳지. 나무에 소를 잡아 매고 당겨보자. 그러면 나무가 부러져 소등에 얹힐 테니 힘들여 찍지 않아도 되고

무겁게 소등에 올리지 않아도 되니, 이거야말로 일거양득이 아닌가?

남편은 자기 꾀에 탄복하여 손뼉을 치며 좋아합니다.

 

누가 들으면 그럴싸한 꾀 같지만, 누가 좀 말려야 되는 거 아닌가요?

기어이 남편은 가져온 밧줄로 소의 등과 나무둥치를 잡아 묶고는 소 궁둥이를 손바다가으로 힘껏 때렸습니다.

 

소가 놀라 힘을 쓰자, 나무는 빠지찍 뿌지직 소리와 함께 부러져 소 등위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큰 나무가 덮치는 통에 놀라, 나자빠졌던 남편이 정신을 차려 가만히 살펴보니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인가요?

아이고 소는 또 무슨 죄인가요.

 

세상에나, 나무 아래 소는 잔등이 부러져 죽어리고 말았지 뭡니까.

남편은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나무하려다, 나무는 커녕, 소까지 잃고 말았으니 이일을 어찌한단 말입니까?

 

집에 돌아가 마누라에게 야단맞을 일을 생각하니 하늘이 노랗기만 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날도 저물어 가고 배도 고팠지요.

 

하는 수 없이 산을 내려오다 보니 호수 가에 물오리 한 쌍이 오락가락 떠다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옳지. 저놈이나 잡아가자!! 소는 미쳐 도망갔다하고 물오리를 잡아가면 마누라는 나무 한 짐 해 오는 것 만큼이나 좋아할 것이야"

 

남편이 큼직한 돌을 하나 집어 들다, 문득 생각해 보니 돌보다 도끼를 던지는게 좋을 거 같았습니다.

도기에 맞으면 제아무리 힘이쎈 항우라도, 안 죽고 못 배길 것이야.

 

남편은 쥐었던 돌을 놓고 슬며시 도끼를 집어 들고는 두팔에 힘을 모아, 물오리를 향해 힘껏 던졌습니다.

물오리는 깜짝 놀라 퍼드득 나래 소리를 내며 날아가 버리고...

 

도끼만 첨벙 물에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이를 도 어쩐단 말인가요? 당환한 남편은 도끼를 찾기 위해 옷을 모두 벗어 놓고 황급히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물이 몹시 찼지만 소잃고 도끼 잃으면 무슨 면목으로 아내를 대할까요?

오리가 놀던 자리에 가서 물속을 이리저리 헤집고 돌아다녔지만 아무리 찾아보아도 도끼는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물 밖으로 나왔지요.

추위는 더욱 심해져, 아래턱이 덜덜 떨릴 지경이었습니다.

 

허리를 꼬부리고 동동 걸음을 치며 서둘러 옷을 벗어놓은 곳에 가보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주변을 아무리 봐도 옷이 없었습니다.

 

틀림없이 여기다 벗어 놓았는데?

 

덜덜 떨리는 몸으로 발을 동동거리며, 샅샅이 뒤져 보았으나 길 가던 행인이 주워 갔는지 바람에 날려 갔는지 아무리 찾아도 옷은 없었습니다.

 

날은 점점 어둑어둑해지고, 날은 추워지니 어쩐단 말입니까?

남편은 어쩔 수 없이 발가벗은 채로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혹시 남이 볼까 두려워, 담을 따라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집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부엌 뒤 장독대에 웬 놈이 삿갓을 쓰고서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초저녁부터 도둑이 들다니, 내 저놈을 잡아 체면을 세우리라.

남편은 큼직한 돌을 들어 도둑을 사정없이 때렸습니다.

 

그런데 퍽석 소리를 내고 깨어지는 것을 보니 맙소사. 그것은, 도둑놈이 아닌 장독대였습니다.

정말 되는 일이 없는 날입니다.

 

그런데 장독 깨지는 소리가 나도, 마누라가 문을 열지 않는 것을 보니 마누라가 집에 없는 모양이었습니다.

우선 안심한 남편은,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었지요.

 

그래서 부엌으로 들어가, 늘상 밥을 얹어 두는 시렁을 더듬다가 시렁위에 얹어둔 식칼이 떨어져 얼굴을 베었습니다.

남편은 아픔을 참지 못하고 방으로 뛰어 들어가다가 됭장찌개를 얹어 놓은 화로에 그만, 엎어지고 말았지요.

 

화롯불과 된장찌개에 화상을 입은 사내는 아이고 소리를 내며 신음했습니다.

이 정도면 정말, 움직이지 말고 숨만 쉬고 있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때, 늦게가지 남편이 돌아오지 않아 마중을 나갔던 마누라가 혹시나 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남편골이 엉망진창이라 어처구니가 없고, 기가 막혀 물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오? 옷은 왜 홀랑 다 벗고 있는 것이요?

풀이 죽은 남편은 오늘 있었던 일을, 숨김없이 아내에게 말할 수밖에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듣고 있던 마누라는 버럭 화를 내며 빨랫방망이를 집어 들었습니다.

저 방망이에 맞으면,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 남편은

번개같이 달아나 마루 및에 숨어 버렸습니다.

 

화가 머리끝가지 난 마누라가 마룻장을 치며 악을 씁니다.

"나와 이놈아, 안나와?"

"못나가"

"당장 나오지 못해?"

"사나이가 한번 못나간다면 못나가!!"

 

꼴에 사나이라니, 마누라는 하도 기가 막혀 쓴웃음을 지으며 읊조립니다.

 

에휴 이런 남폄과 사는 것도, 내 팔자인가 보다. 팔자라니 어쩌겠습니까?

추운 날씨에 마루 밑에서 송장 치를 수 있나요.

 

결국, 좋은 말로 남편을 나오게 하여 위로해주고, 얼굴에 상처에 약도 발라주었습니다.

 

그렇게 알콩달콩 하며 함께 잘 살았다 합니다.

 

진정 남편은 남의 편인가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조금 못난 남편이지만, 마음 만은 내 편이면 그래도 살 만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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